오랜만에 정말 긴 연휴를 보냈다.
두바이 가있느라 그 길었던 설도, 삼일절도, 노조창립기념일도 못챙겨 먹었는데, 물론 두바이 안가고 그것을 챙겨 먹는 것이 낫냐? 물으면, 당연히 거기 가서 많이 공부하고 보고 듣고 느끼고 즐긴 것이 훨씬 좋지만, 사람 욕심 끝이 없다고, 직장생활 10년에 달력을 보노라면 휴일만 찾게 되는 것이, 또한 그 행복한 와중에도 억울해 하는 것이 나다.
연휴는 길었고, 일은 밀렸다.
쉬기는 많이 쉬었는데 쉬는 기간과 피로도가 반비례하는 것은 아니더라.
많이 자면 많이 자는데로, 많이 먹으면 먹는데로 그에 따른 피로감은 또 따라오더라. 평소에 안 하던것을 많이 하면 피로해지는 것은 당연한 것일까?
놀다지쳐 오랜만에 천자문도 다시 써보고, 영문법 공부도 조금 했다. 책도좀 읽었다.
오늘 얘기하려는 이 책은, 그 전에 읽어두었던 책인데연휴통에 글쓸 틈이 없어 이제야 풀어낸다.
변변히 인정도 못받고 돈도 없이 정말 고달프고 암담했던, 자신의 젊은 날에 대하여, 그리고 그 무렵 가졌던 생각들에 대하여 처절하게 풀어내고 있는 이 글은, 처음엔 그렇게 살아냈다는 사실 자체를 인간극장을 보듯 신기해 하며 호기심으로 읽어내다, 나중엔 그의 생각 속으로동화된다.
그 중 내가 인상깊었던 구절 몇 개를 발췌한다.
“낭만이란 반드시 있어야 한다. 낭만이 밥먹여 주냐,라고 반박하는 사람이 있다면 나는 더 이상 그에게 할말이 없다. 밥을 먹기 위해 태어나서 밥을 먹고 살다가 결국은 밥을 그만 먹는 것으로 인생을 끝내겠다는 식으로 이야기하는 사람들과 같은 때에 살고 있다는 사실이 다만 비참할 뿐이다. 밥 정도는 돼지도 알고 있다. 그러나 낭만을 아는 돼지를 당신은 본적이 있는가. 아마 없을 것이다.”
“그러나 참 이상도 하지. 나는 최근의 젊은이들이 왜 그렇게 쉽게 차버리고 갈아 치우고 하는지 도대체 알 수가 없다. 작별 뒤에 독배처럼 괴로운 시간을 마시며 머리카락을 집어 뜯지 못하는지 알 수가 없다.
재빨리 체념해 버리는 방법을 배운 탓일까. 아니면 너무 쉽게 인생을 살고 싶어하는 탓일까. 그도 저도 아니면 우리집 식구들 먹다 남은 밥으로 기르던 개만큼의 정조차 없는 탓일까.”
“그 여자와 헤어지도록 해라. 반드시 사법 고시에 합격하도록 해라. 아직 술 담배엔 신경을 쓰지 않도록 해라. 머리가 너무 길다. 바지통이 너무 좁다. 친구들과 자주 만나지 마라. 네 친구놈들은 모두가 왜 그 모양이냐.
예술하는 놈들치고 처자식 제대로 먹여 살리는 놈 없더라. 너는 아예 그 따위 되지 못한 일에는 눈길조차 건네지 마라. 나는 너를 믿고 있다. 너는 효자다. 자 약속할 수 있겠지. 내일부터는 모든 일에 손을 떼고 내 명령에만 복종할 수 있겠지...”
- 다 크고 나서도 부모는 자식을 어린애 다루듯 자신의 입맛대로 다룬다. 그것도 배고픔에 질려 혹은 그에 질려있는 사람들을 많이 경험했던 자신의 인생에 비추어.
그에 맞게 비뚤게 형성되어버린, 내가 이 책에서 발췌한 맨첫 구절에 나오는 배불리 잘먹는 것이 세상에서 떵떵거리고 잘 사는 법이라는 자신들의 기준으로.
그에 따라젊은이들은 로보트가 되고, 돼지의 인생을 좇으며양식된다. 양식된 세상에서 살수 없기에 그 부모들은 또 사랑이라는 이름 아래 그들이 결혼한 후에도 자식을 낳은 후에도 제대로 처리 못하는 앞가림을 대신해주느라 바쁘다. 평생의 굴레. 자신들이 그렇게 만들어 놓은 세상 아니던가. 자식들이 자립하지 못하도록 담이 높고 혼자 뭔가 시작할 수 없는, 견뎌낼 수 없는 이 사회. 자신들이 가진것 뺏기기 싫어서 담을 높게 쳐버린 자신들의 업보 아니던가.아! 어릴 때 처럼 나이 많은 사람들을 그냥 존경할 수 있으면 좋겠다. 그저 한심할 뿐.
“내게는 돈이 없지만 빛나는 칼날, 몸살나는 바다, 맑은 눈물, 그리고 아직은 악물고 참아낼 수 있는 어금니 몇개쯤은 남아 있다.
속아 다오. 그것은 돈보다 좋은 것이다. 그렇게 믿으면 사실이 된다.”
- 아아 왜 나는이런 악다구 조차 없었을까?병신
“가난하다는 것은 죄가 되지는 않더라도 죄스러움을 자주 느끼게 만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시 나는 너무도 무능한 남편이었으므로 내가 그 어떤 장래에 대한 희망을 설계해 주어도, 마누라는 절대 믿으려 들지 않았었다. 그래서 마누라가 나를 보고 웃는 모습을 보기가 여간 힘이 들지 않았었다. 한마디로 우리는 너무 오랫동안 냉전 상태에 놓여 있었다.”
“대개의 사람들은 모든 일을 언제나 자신의 입장에서만 생각하려고 드는 악습이 있다. 그런데도 때로는 별로 깊이 생각해 보지도 않고 곧잘 다수의 의견에 쉽게 표를 던져 버리는 악습도 있다. 만약 남을 욕할 일이 생겼을 경우에는 우선 입장부터 바꾸어 놓고 생각해 볼 일이다. 한참 동안 욕을 하면서, 그건 바로 그런 경우에 처해 있는 자신을 욕하고 있음을 문득 깨달을 수 있어야 한다.”
- 함부로 쉽게 말하지 말아야 한다. 모든 것을 대할 때, 항상 다른사람의 입장, 상사, 거래처, 연인이 어떻게 느낄까 그가 무엇을 원할까를 생각하라? 그 사람은 어떤 인생을 살아왔고 무엇이 관심사일까를 잠깐만 생각해보면 그에 대응할 수 있다. 의외로 그에 제대로 대응하는 사람이 드물다. 즉, 잠깐 짬을 내어 남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는 것을 전혀 하지 않는 것이다. 말로는 중요한 일이다 하면서도, 자기 머릿속에서만 머물고 있을 뿐.
“빨래는 세탁기가 해주고 밥은 전기 밥솥이 해주는 세상에서 더욱 고달파진 것은 오직 남자들뿐이다. 여자들은 그런 것들을 사자고 조르기만 하면 되는데 남자들은 그런 것들을 사기 위해 뼈빠지게 돈을 벌지 않으면 안되는 것이다
1. 인생의 빛
2. 내고향 내 친구들
3. 도를 닦듯 굶으며
4. 春川의 봄, 春川을 아는가
5. 가을, 詩, 숙이야
6. 사랑을 배우는 사람들이여
7. 말도 안 된다
8. 바다엽신
9. 기죽을 거 없다
10. 젊은이여 방황하라
...
(중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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