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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원 동물은 행복할까?

  메르스 덕분에 이틀 간 휴업일이 생겼다. 시간이 생긴 김에 학년제안수업 준비할 겸 빌려둔 동물권리 관련 서적을 탐독해보았다. 동물권리선언 시리즈 1 에서 알 수 있듯 동물권리에 대해 알고 싶다면 가장 먼저 읽어도 좋을 책이라고 말하고 싶다. 저자가 어린이를 예상 독자로 상정하고 쓴 책이라 사진도 많고 문체도 쉬우며 설명도 친절해 책장이 술술 잘 넘어간다. 하지만 다룬 내용은 절대 가볍지 않다. 최근에 인상 깊게 읽은 "닭 답게 살 권리 소송 사건" 중 동물원에 사는 북극곰들 이야기는 이 책을 참고해서 만들었나보다.   지난 5월에 학급별 체험학습으로 서울대공원 동물원에 다녀왔다. 첫 학교에서 계발활동 사진반 할 때 다녀오고 엄청 오랜만에 다시 가는지라 혼자 답사 다녀오면서, 제돌이 방사 를 필두로 박원순 시장 이후 많이 착해지고 좋아진 동물원을 보고 놀랐다. 아이들에게는 생각할 거리로 동물원의 장단점 최대한 많이 생각하기 를 주고 소감문에 쓰도록 부탁했다. 실제 제안수업 때는 동물원의 장단점과 단점을 보완할 대안을 함께 이야기하며 공유해보려고 한다. 이 수업을 통해 당연히 좋은 시설이라 생각했던 동물원에 대해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모든 존재에 대한 권리를 보장할 수 없는 사회에서 나의 권리도 보장 받지 못할 수 있음을 배웠으면 좋겠다.    이런 소재로 수업을 한다고 내가 평소 다른 사람들보다 동물을 훨씬 사랑했다거나 동물권리에 관심을 가졌던 사람은 아니다. "식샤를 합시다" 백수지 표현에 의하면 나는 전형적인 돼지테리안 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구에서 함께 살아가야할 동물에 대한 우리의 입장을 정리하지 않으면 내내 죄책감이 들기도 할테고 실제로 동물복지를 포기했기 때문에 이미 인간의 건강에도 위협이 오고 있기도 하다.     저자는 동물원 자체도 콘크리트 바닥과 관람객이 항상 지켜보고 있는 등 동물에게 많은 고통을 주고 있다고 주장한다. 동물원은 동물원 유지 근거로 멸종위기 동물을 보존하고 사람들이 희귀 동물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도록 돕는 공간이다 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저자에 따르면 동물원이 번식을 시키는 행위는 멸종위기 동물 보존 목적이라기보다는 동물원 유지 차원이며, 일반 동물들이 번식이 너무 많이 되다보니 동물원에서 관리가 어려워 매매나 타 동물원과 교환이 이루어진다. 또한 동물을 보는 사람에게도 사파리나 보호구역에서 자연스럽게 지내고 있는 동물을 망원경 등으로 멀리서 보는 일이 훨씬 좋다고 한다. 동물원 동물은 스트레스와 각종 질병, 생태에 맞지 않는 환경으로 인해 지쳐 있거나 이상행동을 보이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나마 공립 동물원은 동물보호단체가 주시하고 있어서 동물복지를 신경쓰지 않을 수 없다고 하지만 세계 각국 소규모 사설 동물원, 특히 길거리에서 개인적으로 조악하게 운영하는 동물원의 실태를 보고 깜짝 놀랐다. "동물농장"이나 환경 다큐에 출연하시는 생물학자, 사육사, 수의사님들이 얼마나 전문가인지 새삼 우러러보였다. 반려동물을 한 마리 키우든, 동물원에서 몇 마리 혹은 대량으로 키우든 그 동물에 대한 이해 없이는 키우려는 생각조차 해서는 안 된다. 개인적으로는 동물을 좋아하는 친구가 어서 이런 전문성을 더 많이 키워서 관련된 일에 종사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지금 가르치는 2학년 중에도 반에 한 명 이상은 동물에 관심이 있다고 알고 있다. 이들이 어려서부터 동물복지에 대한 생각을 잘 정립해서 앞으로 고통 받는 동물을 도울 수 있는 전문가가 되었으면 좋겠다.  "참혹한 삶 길거리 동물원에 살고 있는 동물들은 참혹한 조건에서 살아가고 있다. 길거리 동물원의 우리는 공간이 좁고 조악한 철장으로 만들어져 있다. 야외 전시장이라 비나 눈 등의 궂은 날씨에도 피할 곳이 없다. 청소도 제대로 되지 않아 바닥은 배설물로 진창이다. 밤에 활동하는 야행성 동물이 빛이 훤하게 들어오는 우리에 갇혀 있고, 여러 동물이 함께 지내야 하는 사회성이 강한 동물이 달랑 혼자 지내는 경우도 많다. 그리고 동물의 자연적인 식생활과 거리가 먼 음식물과 깨끗하지 않은 물이 제공된다. 길거리 동물원을 소유한 사람들은 소유한 동물들의 생태에 대해 잘 몰라서 어떻게 돌봐야 하는지도 모른다. 동물 관리에 대해 교육을 받은 사람도 없고, 쾌적한 환경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돈을 갖고 있는 사람도 거의 없다. 이런 상황인데도 각국의 길거리 동물원 감시는 소홀하다. 사설 동물원의 야생동물 복지를 보호하는 관련 법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77쪽.   저자는 당장 모든 동물원을 없앨 수 없다면 적어도 동물원이 어때야 하는지 대안과 방향성을 보여준다. 최종적으로는 동물이 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 환경에서 갇히지 않은 상태로 자유롭게 지내도록 돕기를 지향한다. 여러 어려움으로 인해 동물원을 유지해야 한다면 동물복지를 침해하는 지점이 없는지 세심하게 고민해야 한다.한 세기 전에 선구적으로 시도했던 다음과 같은 방법은 우리가 고민한다면 동물원을 좀 더 착하게 만들거나 동물복지 전반에 있어 어떻게 동물권리를 보장해줄 수 있을지 힌트를 준다.    "창살 없는 동물원 1908년 카를 하겐베크라는 동물매매 중개업자가 독일의 함부르크 근처에 티어파크 하겐베크라는 이름의 사설 동물원을 열었다. 하겐베크는 동물을 구하느라 전 세계 야생 지역을 여러 해 동안 돌아다녔다. 또한 동물을 어떻게 전시하면 좋을까에 대해 고민했고 드디어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었다. 창살 없는 동물원이 바로 그것이다. 티어파크 하겐베크는 창살과 울타리 뒤에 동물을 가두는 대신에 동물들이 머무는 곳 주변에 도랑을 깊게 파고 물을 채운 해자를 만들었다. 성을 지키기 위해 성 주변에 도랑을 깊게 파고 물을 채운 해자를 만들었다. 성을 지키기 위해 성 주변에 못을 팠던 것과 같은 방식이다. 최초로 시도된 이 방법은 사람과 동물 사이가 물로 채워져 있어서 창살과 울타리 없이도 안전했다. 이 획기적인 시스템 덕분에 사람들은 동물을 더 잘 볼 수 있게 되었다. 또한 티어파크 하겐베크 동물원은 콘크리트로 바위와 산을 만들고 벽에 풍경을 그려 넣어 자연 서식지처럼 보이는 착시 효과를 낸 최초의 동물원이기도 하다." 62-63쪽.   최근 무한도전 해외극한알바 편에 등장한 케냐 코끼리 고아원 같은 곳을 찾아보기가 아직도 얼마나 힘든지 이 책을 읽으며 알 수 있었다. 풀어서 키우고 이름을 불러주고 대화를 하고 축사에서 담요 덮어주며 재워준다니. 아래 내용은 코끼리 완다와 윙키가 원래 무리를 이루어 많이 걸어야 하는 태생을 유지하지 못하고 외롭게도 동물원에 갇혀지내면서 관절염과 각종 염증에 시달리다가, 동물보호단체의 발언에 따라 동물원 은퇴 후 자유롭게 지내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완다와 윙키는 2005년 4월, 캘리포니아 주 산 안드레아스에 있는 ARK2000에 도착해 지금까지 살고 있다. 이곳은 동물원에 갇혀 지내던 야생동물의 보호구역으로 자연 언덕과 울창한 삼림이 펼쳐진 4만 평이 넘는 넓은 공간이다. 이곳에서 완다와 윙키는 땅을 파서 흙먼지를 일으키기도 하고 따뜻한 햇살 아래에서 꾸벅꾸벅 졸기도 한다. 또한 다섯 마리의 아시아코끼리 친구도 생겼다. 완다와 윙키는 처음으로 진짜 코끼리처럼 행동하며 살고 있다. 그리고 윙키는 발의 염증도 다 나아 매일 밤 누워서 잠을 잔다. 기적 같은 이야기는 여기가 끝이 아니다. 2005년 디트로이트 동물원은 코끼리 전시관의 문을 완전히 닫았다. 81년 동안이나 코끼리를 전시했던 동물원이 전시관 문을 닫은 이유는 도시에 있는 동물원 코끼리의 삶이 행복하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디트로이트 동물원이 결정을 내린 이후 다른 동물원의 여러 코끼리도 동물원을 떠나 야생동물 보호구역으로 옮겨갔다." 84-85쪽.     책 말미에도 우리가 지금 당장 동물원 동물의 고통을 줄여주기 위해 할 수 있는 실천 10가지가 나와있다. 요즘 트위터에서 동물보호단체를 팔로우하기 시작했는데 어제 우리나라 동물원법 제정이 난항을 겪고 있다는 글을 읽었기에 링크를 걸어둔다. https://twitter.com/ekara_org/status/608564878370963456

이 책은 상반된 모습을 통해 동물원의 야생동물이 어떤 상황 속에서 살고 있는지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자연 속의 동물들의 모습과 동물원 동물들의 참혹한 삶을 사진으로 보여줘 독자들이 가슴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 또한 북극곰, 코끼리, 고래, 유인원의 4가지 동물을 특히 동물원에 가두기 적합하지 않는 동물로 분류한다. 넓은 공간에서 무리와 사회적 관계를 유지하며 사는 이 동물들에게 왜 동물원이 학대의 공간이 될 수밖에 없는지 설득력 있게 다가간다. 학대 받거나 동물원이나 서커스에서 은퇴한 동물들을 위한 동물원, 그 지역의 기후에 맞는 동물들만 전시하는 동물원, 멸종위기종 보존 사업을 하는 동물원 등 세계 각국의 진보적 동물원을 소개한다. 마지막으로 동물원 동물들을 위해 우리가 할 일을 제시한다. 이런 의미에서 이 책은 동물원의 야생동물을 돕기 위해 우리가 할 일을 알려주는 실용서인 것이다.

1장 동물원의 삶
두 마리의 갈색 도마뱀/자연스런 행동/돌아다닐 공간/할 일/행복한 삶?/동물의 5대 자유

2장 가두기 어려운 동물
북극곰/코끼리/고래 케이코 이야기/유인원

3장 동물원의 종류와 문제점
동물원의 종류/동물원의 진화/동물원 혁명/동물원의 번식 프로그램/공립 동물원/몰입 전시관/잘 자, 유피!/길거리 동물원

4장 미래의 동물원
완다와 윙키 이야기/미래의 동물원

5장 우리가 할 일
동물원 환경을 점검하는 체크 리스트/동물원 야생동물을 돕는 10가지 방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