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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담는 지갑

  어린이들이 즐겨 읽을 책은 그저 아름다운 내용으로만 담겨 있길 바라곤 한다. 허나 사람이 살아가다 보면 이런일 저런일을 겪기 마련이고, 때론 아무런 준비도 없는데 느닷없이 어려움이 닥쳐와 힘들게 만들곤 한다. 부모님이 살아계실 경우에야 자식들이 걱정할 것이 없을 테다. 자식을 대신해서 부모님이 모두 짊어지고 헤쳐나가기 때문에 자식은 아무런 걱정할 것이 없는 셈이다. 그런데 간혹 부모님이 살아계신데도 자식들이 어려움을 짊어지고 부모님을 대신해서 헤쳐나가야 하는 경우가 생기곤 한다. 그 가운데 하나가 <치매>다.     마법도 제대로 부릴 줄 모르는 여우가 있다. 이름은 아난이라고 하는데 둔갑은커녕 나뭇잎을 돈으로 바꾸는 아주 기본적인 마법조차 제대로 배우고 익힐 줄 몰라 여우들의 세계에서 쫓겨나듯 도망쳐버렸다. 수중에 돈도 없으니 쫄쫄 굶기가 일쑤일 밖에. 그러다 우동을 만들어 파는 할아버지를 만나 함께 지내게 된다. 할아버지에게 우동 만드는 법을 배우며...     아난은 할아버지 곁에 머물며 할아버지가 전수해주는 우동 만드는 비법을 하나하나 배워간다. 글자도 모르니 할아버지가 말씀해주시는 방법을 잘 기억했다가 고대로 따라하는 방법으로 차근차근 배워나갔다. 이 책이 대만 글쓴이에 의해서 쓰인 책이니 글자 배우기가 쉽지만도 않았을 것이다.     한편 <사랑을 담는 지갑>이란 아난이 늘 목에 걸고 다니는 지갑을 일컫는다. 원래는 여우들이 둔갑을 하거나 마법을 부릴 때 쓰는 지갑인데, 아난은 그럴 줄 모르니 아무 쓸모가 없는 지갑이었다. 그러다 할아버지께 우동 만드는 비법을 배우고, 할아버지를 도와 우동 장사를 하면서 손님께 받은 돈도 담는 지갑이 되고, 할아버지가 준비해오라는 재료를 적어두는 지갑으로 쓰이게 되는 지갑이다. 나중에는 장사가 잘 되어서 지갑에 하나 가득 돈을 담게 되는 날이 많아지니 행여 지갑이 무거워져 아난의 목이 다칠까 우려된 할아버지가 다른 상자를 마련해서 지갑도 그 안에 담아둘 수 있게 해준다. 아난은 난생 처음으로 받은 선물이 되는 셈이다. 이렇게 아난과 할아버지는 서로서로 의지하며 외롭움을 덜고, 함께하는 추억을 차곡차곡 쌓아간다.     그러던 어느 날, 할아버지가 편찮으셔서 아난 혼자 장사를 하러 나갔다가 돌아오는 길을 잊어 헤매는 일이 벌어진다. 날은 점점 어두워지고 갈수록 길은 낯설어져 가 아난은 그 자리에 주저앉아 엉엉 울고 만다. 그 때 저 멀리서 할아버지가 아난을 찾는 목소리가 들리고 머지 않아 할아버지의 불빛이 보이게 되자 아난은 한달음에 할아버지께 달려가 서로 부둥켜 안고 한바탕 울음을 운다. 또 이렇게 둘은 서로가 서로에게 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가 되어 간다.     그런데 그 날 이후, 할아버지가 자꾸 깜박깜박 잊는 일이 많아졌다. 우동을 만드는 방법도 잊어버려 헤매기 일쑤고, 아난은 본 적도 없는 할머니가 만들어준 우동을 먹고 싶다고 어린애처럼 투정을 부리기도 한다. 아난은 난감하기 이를 데가 없다. 이제 겨우 할아버지가 가르쳐준 우동 만드는 비법을 깨우쳤을 뿐인데, 맛 본 적도 없는 할머니가 마든 우동을 어찌 만들 수 있느냔 말이다. 그렇게 하루하루 할아버지는 기력을 잃어가시고 점점 자리에 누워 계시는 날이 늘어만 간다.     아난은 울고만 싶다. 도망쳐 버리고도 싶다. 느닷없이 찾아온 어려움에 어찌해야 할 바를 모르고 할아버지 간병을 하느라 힘든 나날이 계속 될 뿐이다. 그래도 아난은 할아버지 곁은 떠나려 하지 않는다. 그동안 쌓인 정 때문이기도 하고, 아난이 어려웠을 때 도와주었던 할아버지께 보답하는 길이라는 생각도 들어 마음을 단단히 먹고 할아버지가 다시 기운을 차리시도록 돌봐드린다. 우선 할아버지가 기운을 차리게 하기 위해서는 할머니가 만들었다는 우동을 아난이 만드는 것이다.     아난은 열심히 정성스레 여러 가지 우동을 만들어 본다. 어서 빨리 할아버지가 기운을 차릴 수 있도록 맛있는 우동을 말이다. 그렇게 정성을 담아 만든 우동을 할아버지께 드렸더니 할아버지가 "바로 이 맛이야. 할머니가 만들어 준 우동."이라고 말씀하였다. 자기가 만든 우동을 맛있다고 말씀하셔서 아난은 기뻤고, 또 할아버지가 기운을 차린 듯 한껏 웃음 짓는 모습에 또 기뻤다. 하지만 할아버지는 얼마 뒤에 돌아가시고 말았다. 할머니가 만든 우동의 맛을 보시고, 할머니와 함께 계시는 듯하여 행복하다는 표정으로 말이다.     그 뒤에 아난은 할아버지께 배운 우동 솜씨로 할아버지를 대신해서 우동을 팔며 씩씩하게 살아간다. 나뭇잎으로 돈을 만들어 사람을 홀리는 허튼 짓 따위는 하지 않는 성실하고 씩씩한 여우로 말이다.     할아버지와 여우가 보여주는 사랑과 행복 가득한 이야기를 전해주어 감동스러운 책이었다. 헌데 뭐랄까? <치매>라고 하는 무거운 글감이 너무 무거운 아름다움을 보여 주었기에 아름다움이 그냥 아름답기만 할 수는 없었다. 사람의 일생도 그렇지 않을까 위안을 삼아 읽어보았지만, 그래도 어두운 분위기마저 가실 수는 없었다. 그래도 아난이 어려움을 헤쳐나간다는 내용으로 마무리 하였기에 그나마 희망적 인 분위기로 책을 덮었지만, 어둡고 무거운 여운이 오래도록 가시지 않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어린이를 대상으로 쓴 책이 꼭 그럴 필요가 있을까? 너무나도 직설적이고 현실적으로 다룬 탓에 정작 어린이들에게 그닥 권해주고 싶은 생각까진 들지 않았다. 정말 미안한 얘기지만(")

2010년 대만 올해의 좋은 책 선정작품.책콩 어린이 시리즈 13권인 사랑을 담는 지갑 은 마법을 제대로 하지 못해 다른 여우들에게 따돌림을 당하던 꼬마여우 아난이 우동을 파는 아왕 할아버지를 만나 함께 살면서 따뜻하고 소중한 추억을 만들어가는 이야기입니다.이 책은 여우와 할아버지가 함께 살아가는 설정이 재미있고, 우리 곁에 있는 가족과 친구들을 소중히 해야 한다는 교훈을 전해 준다. 그리고 이야기와 어우러진 삽화가 훌륭하다. 라는 평가를 받으며 2010년 대만 올해의 좋은 책 으로 선정되기도 했습니다.꼬마여우 아난은 마법을 제대로 부리지 못해 다른 여우들에게 따돌림을 당합니다. 친구들의 괴롭힘을 피해 다니던 아난은 우동을 파는 아왕 할아버지를 만나 함께 살면서 따뜻하고 소중한 추억을 만들어가게 되지만 할아버지가 ‘알츠하이머병’에 걸려 날마다 기억을 잃어가면서 행복한 시간은 점점 끝을 향해 나아갑니다. 아난은 할아버지의 마지막 시간을 함께 보내면서 생명의 존엄함과 가치를 느끼고 독립심과 자신감, 사랑을 배우게 됩니다.

꼬마여우 아난
난여우동
추억의 가장
이상해진 할압지
굳은 결심
추억을 심는 기념품
아난의 우동

지은이의 말